독일/생활

독일 응급실(Notarzt) 병원(Krankenhaus) 후기 : 수술할거 아니면 가면 안되는 독일 응급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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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시간으로 현재 새벽 4시.

방금 전에 응급실에 갔다왔다.

 

다름이 아니라 오늘 토요일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등에 (?)이 와서 숨쉴때마다 아프고 움직일 때마다 아팠다.

그래서 처음에는 조금 조심하면서 움직이면 낫겠지 생각하며, 보온물주머니에 따뜻한 물을 담아서 찜질을 해줬다.

진통제를 먹을까하다가 괜히 아무 약이나 먹으면 안될거 같아 약국도 안가고 버텨보았다.

(어차피 주치의 약속도 하루만에 독일에서 잡는 것은 불가능하기 때문에 버텨보기로 했다)

 

그런데 밤이 되서도 통증은 더욱 심해지고 심지어 잘려고 누우려고 할때도 너무 아파서 눕지를 못하겠는 것이다.

그래서 새벽 2시에 인근  응급실을 차를 운전해가며 방문하였다.

(독일은 보통 주치의를 먼저 만나고 진료를 받아야하나, 밤이나 주말에 많이 아프면 바로 응급실로 찾아가는 걸로 알고 있었다)

 

새벽 2시라 사람은 당연히 없었고, 접수실에서 나의 증상을 설명하여 접수하였다.

간호사는 '주치의는 누구냐, 사고가 있었냐, 언제부터 아팠냐, 약을 복용하고 있는게 있는가' 자세한 증상을 물어보고 건강보험카드(gesundheitskarte)로 접수처리를 하였다.

 

일전에도 한번 방문해서 알고 있었지만 역시나  대기실에서 1시간 기다려서 응급의사를 만날 수 있었다. (주치의 약속 잡는 것도 몇일 걸리고, 주치의 약속 잡고 가도 기본 1시간 정도 기다려야하고, 응급실도 운이 좋아 1시간이지 기본 몇시간을 기다려야한다)

처음에 의사가 로보트 같은말로 '어떻게 여기 왔고, 무엇을 도와줄까요?'라고 묻길래  등이 너무 아프다고, 움직이기도, 잘 눕지도 못하겠다고 증상을 설명했다.

그랬더니 의사왈,

 

'진통제 안먹었어? 왜 안먹었어? 아프면 오늘 약국 갔었야지, 여기 응급실은 어디가 부러져서 수술하러 오는 곳이야' 라고 이야기하는 것이다.

그래서 나는 쫄아서 '진통제는 무슨 약 먹어야할지 몰라서 안먹었고... 약국은....'  

그때부터 나는 아픈 사람이 아니라, 잘못한 사람처럼 느껴지기 시작했고 의사의 말한마디 한마디가 얼음덩어리처럼 차고 날카롭게 나에게 들려왔다. 오기전에 응급실 찾아오기까지 엄청 고민했는데 역시나 오지말것 후회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의사가 발꿈치를 올려서 걸어보라는 둥 누워봐라는 둥 증상체크를 하는데, 눕는데 너무 아파 소리를 지르니 간호사가 천천히 숨쉬어 보라고 하고 의사는 옆에서 매의눈(?)으로 나를 보며 다른 동작을 해보라고 했다. 그리고 이내는 엑스레이 찍어보고 진통제 하나 주고, 편지를 써줄테니 월요일날 주치의를 찾아가보라고 싱겁게  끝났다.

 

한국에서 독일은 의료보험 제도가 잘되어있다고 생각하지만, 7년 넘게 독일에서 살아오면서 의료보험이 잘되어있을지 몰라도 의료서비스는 좋다고 느낀적이 사랑니 공짜로 뺄때 빼고는 느껴본적이 없다. (물론 사보험은 서비스가 잘되어있으나 비싸기도 하고 보통의 경우 아니므로 제외) 아파도 주치의 약속 잡기도 어렵고, 심지어 몇달 전에 감기몸살이 있어서 코로나 걱정이 되어 독일 코로나대응센터(?)에 전화하여 문의해보니 Hausartz 전화해서 상담받아보라고 끝나고 Hausartz는 전화 받지도 않아서 그냥 넘긴적이 있다. 안그래도 타지에서 가족도 친구도 없이  혼자 살아가는터라, 아프면 왠만하면 참고 견디는데 간혹 이럴때 너무 서럽기도 하다.  독일어도 완벽하지 않은 내가 병원을 찾아가는 것은 큰 용기가 필요한 일이나, 끝은 언제나 이렇게 서러움으로 끝을 맺는다.

 

타지에서 사는게 이렇게 서러운 것인가, 혼자라는게 이렇게 서러운 것인가, 독일어를 못하는게 이렇게 서러운 것인가.

모든게 내가 결정한거니깐 내가 다 감당해야는거겠지.

이러한 생각이 들면서 진통제 때문에 오늘 잠은 잘자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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